화재 발생 당일 이철우 경북지사 행보 비판 확산/ 발화지점서 7.2km 떨어진 지역서/ 통합당 당선인 3명과 저녁 모임/ 李지사 다음날 오전에 현장 찾아/ 주민들 "국회의원이 더 중요하냐"/ 李지사측 "1~2잔 반주.. 금방 끝내"/ 동석 당선인도 "첫날 심각성 몰라"

경북 안동에서 주민 1200여명이 대피할 정도로 큰 산불이 난 첫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같은 당 소속인 미래통합당 4·15총선 당선인 3명과 저녁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데다 강풍을 탄 산불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사는 지난 24일 오후 6시40분부터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의 한 식당에서 경북지역 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 3명과 저녁 겸 술자리를 했다. 동석자는 4·15총선에서 재선고지에 오른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과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게 된 김병욱(포항남·울릉), 정희용(고령·성주·칠곡) 당선인이다. 김 의원 등은 이날 이 지사에게 당선 인사와 함께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하고자 경북도를 찾았다가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지사와 김 의원 등이 모인 식당과 직선거리로 7.2㎞ 정도 떨어진 풍천면 인금리 주변은 산불로 비상사태였다. 당일 오후 3시39분부터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불이 나자 소방헬기 10여대와 소방차 수십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초속 10m 안팎의 강풍이 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이에 안동시는 오후 4시4분쯤 인금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 300여명은 마을회관과 청소년 수련관으로 긴급 피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지사는 당선인들과의 술을 곁들인 식사자리를 이어간 셈이다. 불길은 잡힐 듯하다 강풍에 다시 살아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산불은 축구장 면적의 1100배가 넘는 800㏊의 산림을 태운 뒤 사흘 만인 26일 오후 2시30분쯤 진화됐다. 사흘간 대피령 확대로 주민 1270명가량이 안전지대로 몸을 피했다.

이 지사는 저녁 자리 다음 날인 25일 진화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안동 시민들은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모(31·여)씨는 “첫날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까지 하는 상황에서 도지사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채 한가롭게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술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얼굴을 찌푸렸다. 대피했던 풍천면 한 주민도 “(이 지사에게) 주민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국회의원 당선 축하인지 묻고 싶다”며 “대피한 주민들은 그날 뜬눈으로 밤을 설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지사 측은 ‘안동산불’이 난 당일 저녁 겸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간단한 반주를 했으며 금방 끝났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보통 산불은 시장이나 군수가 관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안동산불의 경우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도지사가 현장지휘본부장이 된 것”이라며 “간단하게 1~2잔 정도 반주를 한 게 전부다. 자리 역시 1시간여 만에 끝냈다”고 말했다.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한 당선인은 “첫날은 산불의 심각성을 몰랐다”며 “이 지사가 다음 날 산불 현장을 간다고 해 서둘러 해산했다”고 전했다.

https://news.v.daum.net/v/20200427174710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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