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쿠팡의 매출이 역대 최대인 7조원을 넘어섰다. 롯데마트의 연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매년 늘어나던 적자폭도 30%이상 줄었다. 로켓배송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외부활동 자제 분위기가 지속되는 만큼 올해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조1530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전년보다 매출은 64.2% 늘어나며 시장 전망치 6조원을 크게 상회했다. 대형마트 '빅 3'로 꼽히는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 6조3306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2014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 규모도 줄었다. 전년 1조1279억원보다 36.1% 감소했다.

당일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이 성장의 주역으로 꼽힌다. 로켓배송센터가 2014년 27개에서 지난해 168개로 증가하면서 '로켓배송 생활권(센터와 10분거리 내)' 고객 수도 259만명에서 3400만명으로 13배 늘었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에 익숙한 충성고객이 늘면서 물류 운영의 효율도 높아졌다. 인공지능(AI)로 어떤 제품을 주문할지 미리 예측해 사들인 뒤 주문 직후 가장 빠른 경로로 배송하는 식이다. 선매입 제품 규모를 5년 전 303억원에서 7119억원으로 늘릴 수 있던 비결이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로켓배송센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빠른 매출액 증대와 고정비 커버가 동시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올해는 코로나19 확대로 '홈코노미'가 확산되며 쿠팡 실적은 다시 한 번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에 2018년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관련 잡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 회장이 2017년 설립한 10조엔(약 113조원) 규모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 1호의 실적이 급격히 저조해졌기 때문에 쿠팡에서도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까지 누적 투자 이익 2조엔에 달했던 비전펀드 1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도 호텔 체인 스타트업 '오요' 등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올해 3월 기준 누적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쿠팡의 지난해 실적으로 볼 때 손 회장이 쿠팡에서 손을 뗄 이유가 없다"며 "물류센터 관리 분야인 쿠팡 풀필먼트서비스가 개시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데다. 설사 손정의 회장이 일부 지분에 대한 정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장 혹은 다른 곳으로부터의 추가 투자를 받는 것이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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